잡다하고 얄팍한 좁은 방
by nih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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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풀기

"여자의 마음 속에는 천국이 있대."

원희가 속삭였다.

"...열쇠를 줄게."

나른하고 수줍게, 비밀이야기를 하는 소녀의 얼굴로.

"내 천국의 두 번째 열쇠를 너에게 줄게."

말이 귀에 닿는 게 먼저였을까? 그녀의 속눈썹과 양 볼의 솜털이 바르르 떨리는 것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던 게 먼저였을까? 근현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녀의 속삭임은 귀가 아니라 가슴을 간지럽혔다. 심장이 그녀의 말에 반응하고 있었다. 쿵. 쿵. 점점 빨라지는 고동소리가 근현을 흔들었다. 근현은 직감했다. 이 고백이 승부였다면 자신은 이미 져버렸다. 이대로 마음의 빗장이 열린다.

"...첫 번째는, 누구야?"

근현이 애써 깔깔한 목소리로 반문했지만 원희는 웃어넘길 뿐. 첫 번째는 원희 자신이란 걸까? 아니면 다른 놈이 있는 거야? 근현은 이미 자신이 첫 번째 열쇠의 주인에게 질투하기 시작했다는 걸 깨달았다. 원희의 천국문 열쇠를 얻은 대신 자기 안의 방문을 열고 말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소리치고 싶었다. 밀치고 싶었다.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 날 가지고 놀 셈이야? 하지만 그 순간 원희는 그를 껴안았고, 근현은 그런 그녀를 거부할 수 없었다.




글이 너무 안 써져서 손풀기로 끄적거려 봤습니다. 랄라.
발랄하게! 진정성 있게! 귀엽게! 를 되새김질하다보면 언제나 '러브러브 따위'를 외치며 엎어져있게 되죠. 후 샏.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러브러브 아닐까나요(...).

by nihil | 2008/08/19 22:59 | 소설&설정 관련 | 덧글(2)
다크 나이트 보고 왔습니다.

우울하군요.



허무오야지사랑인이 간지나이트등에세상다짊어진아가를 안쓰러워해봤자 둘의 융합이 잘 될 리가 없는데 말입니다. 후.

by nihil | 2008/08/18 00:53 | 애매한 파편 | 덧글(8)
행복과 타깃
1. 행복

사실 난 행복하고 싶다는 열망을 잘 모르겠다.

네이버 국어사전과 백과사전을 보면 행복이란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
'욕구가 만족되어, 부족함이나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안심해 하는 심리적인 상태'
를 뜻한다는데, 그런 행복이라면 몇 가지 조건만 충족되면 얻을 수 있다.
배가 고프지 않고, 할 일이 있고, 뼈저린 경제적 빈곤을 느끼지 않으며, 컨디션이 중간만 가면 된다.
더 나이들면 컨디션 유지도 더 힘들어질지도 모르지만 일단 지금까지는 조금만 신경쓰면 금새 안정되고 만족한 기분이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예민하고 변덕스런 타입이 못 되어서. 외로움도 별로 안 타는 편이고, 겁도 별로 없고. 감정 면은 평균보다 둔한 편이고.
한 마리 단순한 동물처럼 금새 행복해질 수 있다.

그래서 '행복해지고 싶어요'라는 말은 잘 실감이 안 난다.
내가 실감하는 것은, 그래. 체념이다. 나는 늘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상태 중에 체념을 가장 중시해왔다. 그리고 체념을 전하는 글을 쓰고 싶어하다가, 이 만큼 나이 들어서야 '아 그래. 독자들은 기본적으로 체념을 얻어가고 싶어하지 않아'라고 슬슬 깨닫는 중. 사실 체념은 독서체험 카타르시스 중에서 기피되는 감정인 듯 한데, 난 그걸 잘 이해 못하겠다. 체념은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 적어도 내겐 그랬다.

왜 행복을 추구하고 왜 체념을 기피하는가. 궁금해하는 내게 동생몬이 말했다. 그럼 너는 왜 체념을 중시하느냐. 체념이 날 강하게 만들어서다. 동생몬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왜 강해지고 싶은 거냐. 이기기 위해서다. 죽음에게.

동생몬은 적이 있지 않으면 대개 강해지고 싶다는 열망은 느끼기 힘들다고 했다. 그건 맞는 말이다. 그래, 내겐 뚜렷한 적이 있었다. 그게 사람이나 세상의 불합리한 점이었다면 다른 방식으로 강해지려 했겠지만, 내 적에게 내가 대항하고 단련시킬 수 있는 건 체념이었다. 등을 땅에 눕히지 않는 체념. 두 발로 바닥을 밟고 선 체념. 동생몬은 내게 체념과 강함이 그런 의미를 가지듯, 살면서 강해지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쉽게 행복감을 얻을 수 없는 사람들도 많은 거라고 말했다. 그렇군. 감정적으론 잘 이해 안 되지만 머리로는 알겠다.

하긴, 가끔 어떤 죽음을 상상해도 두렵지 않은, 평생 추구하던 것을 이뤄낸 나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만족스러워지긴 한다. 동력이 없어졌다고 이제 건전지 떨어진 인형처럼 반짝거리는 생기 없이 간절함 없이 살아갈 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했던 마음은, 씩 웃어보는 걸로 물리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은 현재를 산다. 그리고 지금 현재, 나는 죽음에게 웃으며 말할 수 있다. 내가 이겼어. 아무 의미가 없어도, 이게 내 승리야.

아마도, 이게 내 행복이겠지.



2. 타깃

만약에, 내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이 블로그에 누군가 정신이상자가 오게 된다면. 그래서 그 자가 내가 이제 어떤 죽음을 상상해도 두렵지 않다는 것에 '이것 봐라' 하는 마음이 되어 '진짜 그런지 볼까'라던가 '그게 아니라는 걸 체험으로 가르쳐줄까'라는 마음을 먹는다면. 그래서 그 마음을 실행으로 옮긴다면.

있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가짐, 기본적으론 이해되는 부분 아닌가. 아무 원한도 이유도 없이 다른 이에게 해코지 하는 것.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생각해서인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살인마 안톤 쉬거에게도 다른 사람들만큼 큰 공포를 느끼지 못했다. 동생몬은, 다른 사람들은 아무 이유없는 해코지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더 두려운 것이고, 나는 그런 해코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만큼 두렵지 않은 거라고 했다.

동생몬의 말에 의하면, 다른 사람들도 그런 해코지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고는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인정하고 그 인정을 유지하는 쪽이 정신에 피로를 가져오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부정하려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자신이 그런 해코지의 대상-타깃-이 되었을 때에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무의식 아래에서 꺼내오길 거부한다는 것이다. 왜 내가, 어째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없어, 등의 반응들은 다 여기서 오는 심적 거부반응의 행태라는 것. 흐음. 듣고보니, 나를 그토록 짜증스럽게 했던 수난주인공들의 '왜 내게 이런 일이'도 얼추 이해가 된다. 역시 이 부분도 심정적으론 잘 이해가 안 되지만.

그런데 갑작스런 재난과 악의에 대한 반응이 일반적인 데서 좀 빗나가 있다면, 이거 혹여나 나중에라도 쓸 지 모를 스릴러라던가 범죄물에 악조건인 거 아닐까. 동생몬은 '검은 선' 이나 '악의 3부작' 같은 것도 끊임없이 써대는 작자들이 나오고 또 찾아보는 작자들도 계속 나온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긴. 마음가짐이 문제가 아니군. 문제는 행동이다.

by nihil | 2008/08/15 13:21 | 십자가와 용의 길 | 덧글(8)
비실비실
어디 가서 눕고만 싶군요.

한 일주일 간은 절 찾지 마세요.
죽겠습.. 아니 죽겠다 죽겠다 하면 지는 거죠. 그잖아도 때 되면 죽는 것도 억울해서 죽겠는데.

그래도 쉰소리 할 여력은 남아있는 것 같으니 저공비행으로 조금씩 일이나 해야겠습니다.

by nihil | 2008/08/12 16:47 | 신변잡기 | 덧글(18)
환불 + 친구 생일빵 + 모에도 따위
1. 다이어트 할 때마다 2킬로씩 찌는 몸이라 살빼기는 포기한지 백만년.
허나 허덕대는 기초체력을 위해 동생몬과 함께 째즈댄스를 등록했습니다.

첫날. 챙겨들고 '오다가 아이스크림 사먹을까? 엇 돈 안 가져왔다. 뭐 아이스크림 없으면 어때. 맥주가 짱이야' 따위의 뻘소리로 동생몬을 괴롭히며 출발.



다음날 바로 환불했습니다. 십라... ㅠㅜ


사람에게 '오른쪽 먼저 스텝 밟아서 4번, 왼쪽 먼저 스텝 밟아서 4번, 다리 동작 하면서 손동작도 같이 해요'
이딴 걸 요구해도 되는 겁니까.
너무 고난위도잖아요. ㅠㅠ
때마다 밥 먹는 손이 어디였지 떠올리면서 발 내밀어봤자 이미 딴사람들은 동작 다 끝났더이다. 흙흙.



2. 친구 녀석 생일모임에서 책을 들고 나가 사인을 하는데,
편지는 진짜 못 쓰는 저... 생일 축하한다고 쓰고나니 할 말이 없어서 원하는 거 있냐고 물었습니다.
사랑한다고 써달라고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차라리 날 죽여...


결국 떨면서 쓰긴 썼습니다. 후. 수명이 줄었다는.

와인도 마시고 칵테일도 마시고 뒹굴뒹굴 물담배도 피워보고(이거 나름 속으로 동경했는데 해보니 별로;) 즐겁게 놀았습니다.
여름휴가여행을 못 간 원념에 휩싸인 친구놈은 수영복 입고 물미끄럼 타는 곳에 놀러가자고 선동을... 후 샏.
수영복 없어... 그거 한 번 가자고 사기에는 돈 아깝단 말이다. 왜 우리가 쭉 빠진 언니님들을 빛내드리며 돈을 내야하냐고; 게다가 수영장 타일은 미끄러워서 무섭단 말이다 이 자슥아!!!(결국 역정)



3. 요즘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샌다고,
밖에서도 넘어지고 흘리고 춤을 추는 짓을 하다보니 가끔 '내 나이가 몇 개던가' 하는 회한이 밀려옵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역시 담당님.(묵념)
하루에 5번 넘어질 뻔한 걸 보시고, 멀쩡히 물 마시려고 물컵 가져가다 그대로 주룩 옷에 쏟는 것도 보시고, 밥 먹었다고 기분좋아 춤추는 저까지 보셨... 담당님 지못미.
담당님은 '모에도인 겁니다'라고 절 위로하셨습니다.

그래서 말을 들은 김에 생각해봤는데 말이죠,
뭐랄까 제 모에도란 것은 어느 바닷가에 버려진 폐타이어 같은 게 아닐까 해요.
야맹증, 길치, 방향치, 운동치, 흘리기, 넘어지기, 등의 모에요소 폐타이어들이 바닷가에 버려져 있다
'성질 나쁜 중년'이라는 쓰나미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흔적도 없이 떠밀려 가는 거죠.

오. 제가 생각해도 이거 적절하네요.

한 마디로 '나쁜 성질은 모에도 구제 못한다' 라던가
'나이값은 남이나 하라고 있는 거다' 라던가
뭐 그런 결론이 도출되는 겁니다. 무하하하.


by nihil | 2008/08/09 23:15 | 신변잡기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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